삿포로는 삿포로, 후라노는 후라노, 비에이는 비에이... 이지만, 순전히 개인의 편의상 삿포로로 묶었을뿐임다.
6일차. 7월 29일 계속.
이번 여행에는 네 번의 비행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가장 긴 비행이 이번 비행이다. 세 번의 국제선 노선보다도 국내선 노선이 더 길다는 점에 재미있어하며.
오키나와 나하 공항 -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 이 노선은 일본 내에서도 가장 긴 노선이라고 하는데 대충 거리로 따졌을 때 인천 - 홍콩보다 더 긴 노선이라고 한다. 일본... 기네... 뭐 큰 나라지.
아무튼 아래로 보이는 저 땅은 어디쯤일까 생각하며 한참을 날았고, 어느새 아래는 구름이 잔뜩 껴있었다. 착륙할 때가 가까워 졌을때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해 지는 모습을 이런 식으로 또 감상하게 될 줄이야.
착륙하고 공항에 내렸을 때는 비도 오고 있었고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있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에 숙소까지 가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될 것 같고, 그 때는 식당을 찾기도 힘들 것이라 공항에서 식사를 하고 시내의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공항 내 식당가 중 라멘 거리가 있어 그 쪽에서 간단히 미소라멘 & 소유라멘 & 삿포로 생맥.
타이베이는 그래도 5년쯤 전에 가보긴 했었고, 오키나와는 올해 3월에 갔다온 곳이어서 얼추 어딜 어떻게 가면 되고, 어디에 뭐가 있고 하는 감각이 있어서 나름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겠다는 일종의 여유가 있었는데 삿포로는 완전 처음! 이전보다 긴장감 수준이 좀 높아졌다.
숙소는 스스키노 쪽에 있다. 버스를 타면 바로 스스키노 근처에서 내릴수도 있는 것 같았지만, 비도 오고 그래서 그냥 무난하게 기차로 삿포로역으로 이동. 삿포로 역에서 스스키노까지 지하철을 탔어도 됐는데, 지하도가 잘 닦여있어서 그냥 그걸 따라 쭉 걸었다. 다행히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비는 거의 그친 상태. 숙소까지 멀지 않다. 좀만 더 걸어가자.
지도를 보고 음, 지하도 출구에서 나와서 로손을 끼고 꺾은 다음, 좀 더 가서 로손이 있는 쪽으로 꺾으면 되는군, 하고 경로를 잡았는데 맙소사. 그 짧은 구간에 로손이 두 개 더 있는 바람에 한 블록 전에 꺾으면서 잠시 헤맸다고 한다.
체크인 할 때 조식을 신청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는데, 조식이 없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사흘 간의 조식을 신청했다. 마지막날은 공항에 일찍 가야해서 조식 먹을 시간이 없어요. 엄마는 내가 조식 먹는걸 보면 조식 신청한게 아깝다고 하긴 했다만.
숙소에 들어와 다음 날 일정을 설명하며, 아침에 렌트카 빌리러 가야하니 조금 일찍 조식을 먹고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일도 이동거리가 꽤 됩니다.
7일차. 7월 30일.
자, 오늘은 렌트카를 빌려서 후라노, 비에이 쪽으로 갔다올거에요.
그래서 간 곳은 팜 토미타 - 아오이이케 - 제루부 언덕
여기저기 갈 곳 찍어두긴 했지만 딱히 어떻게 돌겠다는 계획은 없었고 그냥 적당히 시간 되는대로 가능하면 사람 없는 쪽으로 여기저기 들러보려 했다. 일정을 잡는데 버스 투어 상품들 몇 개를 보고 참고하긴 했는데....
조식을 간단히 먹고 렌트카 빌리러 걸어갔다. 아침이기도 했다만 확실히 여긴 그다지 안 덥다! 어제는 지하로 쭉 와서 시내 생긴걸 전혀 못 봤지만 오늘은 지상으로 걸어가야지.
나하에서와 비슷하게 렌트카 예약을 확인하고 차를 받았다. ETC는 예약할 때 신청했었고, HEP는 여기 와서 추가. 근데 이번에는 주변 맵코드 인쇄물 같은건 없군. 역시 휴양지 공항에서 빌리는 것과 시내에서 빌리는 것의 차이이려나. 키를 전달받고 밖으로 나와 잠시 이동하여 근처에 편의점 앞에 주차한 뒤...
엄마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운전시킬테니 국제운전면허 만들어오라고 수 차례 얘기했었다. 그러나 정말 시킬 줄은 몰랐다고...
한국에서 운전할 때와 다른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 - 방향등/와이퍼 반대, 좌우 진행 방향 반대, 흰 색 중앙선, 빨간불 좌회전 금지, 비보호 우회전 정도? - 을 전달하고 출발했다. 실제로 운전하는 것이야 처음이지만 이런 내용들은 오키나와에서 몇 차례 얘기했었고 옆에 앉아서 봐온게 있으니까 그래도 완전 새롭지는 않겠지.... 하며...
시내에서는 도로 연석 폭이 좁고 트럭도 많아서 한참 조마조마 했다. 그래도 고속도로 타고 난 다음에는 차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수월하게 운전했다. 그래도 한국에서 운전을 몇 년을 해왔는데. 시내에서는 또 달랐을 수 있지만 그래도 금방 적응하신 것 같았다.
음. 오키나와와는 확실히 다른 식생. 거기에 들판과 산이 주는 감각 역시 달랐다. 구마모토 아소산에서 느낀 들판&산을 가로로 열 배쯤 확장시킨 거랄까나.
고속도로 타고 가는 중 잠시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도 가고 물을 새로 보충하고 다시 내가 운전.
고속도로에서 나와 후라노쪽으로 들어가는 길 위로 화살표? 들이 계속 있었는데 가로등 역할인가 싶기도 했고, 눈 많이 왔을 때 여기가 도로라고 나타내기 위해 저렇게 높이 설치해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렇게 둘러둘러 들을 지나 산을 지나 후라노로 갑니다.
그렇게 팜 토미타에 오니까 엄청난 인파와 많은 버스가 이미 와있었다.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했더니 다 여기 모여있네.
라벤더로 유명한 곳이라지만 메인 장소?라고 해야하나? 가운데 위치한 곳은 이미 라벤더를 다 베어간 것 같았다. 아직 다른 쪽에는 남아있는 라벤더도 있고 다른 꽃들도 있고 해서 그 쪽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우리도 거기서 사진을 찍고.
그리고 옆에 가서 메론을 한 조각씩 사다 먹고, 메론빵도 사 먹고, 라벤더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먹습니다.
두 종류의 메론을 같이 먹으니 맛이 다른게 확 비교가 되는 재미가 있지요.
아이스크림 맛 중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이미 매진이라 라벤더+메론 믹스로 먹었는데. 와... 이거 맛있네. 처음에 입에 들어오는 진한 라벤더 향에 적당한 달달함 그리고 뒤쪽의 메론향까지. 부드러운 질감에 비해 향이 좀 과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래도 맛있었다.
우리는 그 뭐냐 더 남쪽에 있는 건물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여긴 다섯 가지 선택지(라벤더, 라벤더+바닐라, 바닐라, 라벤더+메론, 메론)가 있었는데 주차장 입구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은 라벤더 맛 밖에 없었던듯.
다른 언어보다 한국어가 더 귀에 잘 들어오는건 당연하지만 여기서 정말 많은 한국어를 들었다. 버스 앞에 붙은 종이들에서도 한국어가 꽤 보였고. 그게 나쁘거나 한 건 아닌데. 그 왜 유난히 목소리 큰 사람이 있고... 거슬리는 행동이 있고... 그랬지. 이곳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고.
팜 토미타에서 나와 비에이의 아오이이케 쪽으로 경로를 잡았다. 길이 밭 사이로 직선으로 쫙쫙 뻗어있는게 시내에서 도로가 격자모양으로 있는 것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아마 사계채의 언덕을 들르거나 했다면 다른 길을 탔을 것 같은데, 아오이이케로 직행하는 길을 선택해서 주변에 버스가 거의 다니지 않았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숲 길 한가운데서 비가 쏟아지니 꽤 무서웠지. 그런데 저 멀리 언덕 너머 보이는 하늘은 또 파란걸? 잉? 하면서 다니니 머지않아 비가 잠잠해졌다. 적당한 타이밍에 아오이이케 근처에 도달.
아오이이케 주차장 입구가.... 교통정리를 좀 제대로 해줬으면 좋았었달까. 주차장 입구 오른편으로 줄 쭉 서서 좌회전해서 한 대씩 진입하고 있는데 꼭 거기에 맞은편에서 우회전해서 끼어드려는건 어떻게 좀 시스템적으로 막아놓고 줄 세울 수 없나.
승용차는 주차비 500엔. 입장료라 생각하면, 게다가 2인이니, 못 낼 금액은 아니고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지만 근데 주차비라니 어째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면 금방이다. 그리고 소감은, 흐음.... 이쁘긴 한데... 좀... 작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에서 기대했던 파란색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네. 맑고 투명한 파란색을 기대했다면, 기대보다는 탁한 느낌의 파란색이었다. 비가 왔었고, 날씨도 적당히 흐려서 그런 느낌을 줬을수도 있지만. 사진 찍으면 이쁘게 나올 곳이긴 한데, 짝꿍이 가보고 싶다면 다시 오긴 할 텐데, 재방문의사는 높지 않슴다....
방금까지 비가 한 번 쏟아진터라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는걸 보면서 올라오긴했는데 그래도 또 사람 많더라. 처음에 올 때는 안쪽에 흰수염폭포도 가볼까 했었지만, 이제 그만 돌아갈란다. 들어와서 새로 주차하려는 차, 나가는 차들이 얽혀서 주차장에서 나오는데만도 꽤 시간을 소요했다.
돌아가는 길 찍으려고 하는데 왜 핸드폰에서 데이터가 안 되냐. 맵코드 검색을 할 수가 없네.
비에이 중심부쪽으로 가서 다시 찍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얼추 방향을 잡고 내려갔다. 길은 또 시원시원하게 잘 뚫려있어요. 차들은 저기 주차장에 다 모여있어서 막히지도 않아요. 날씨는 계속 비가 왔다가 맑아졌다가 해요.
시원스레 쭉 뻗은 길 양 옆으로 나무들이 높이 서 있고, 비는 오는 와중에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은 또 파랗게 보인다는게. 여름이었다.
대충 근처에 제루부 언덕이 있다. 일단 근처까지 왔으니 들어가볼까. 네비 안 찍고 지나가다 놓치거나 하면 마는거고. 다행히 네비 안 찍고도 잘 찾아왔다.
이 쪽도 딱히 입장료는 받지 않았다. 버기나 카트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는 것 같았지만... 일단 그냥 올라가보기로.
아래쪽에서 봤을 때 꽃밭이 꽤 예쁘게 보였는데 언덕 위에 올라 보니 멀리 산까지 함께 보여 더 멋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며 올라갔지만, 와봤던 곳이었다면 일단 올라가서 내려다봤겠지.
언덕 올라가는 길 좌측으로 메밀밭이 있었다. 하얀 메밀 꽃 들판이 바람에 흔들리는게 보기 좋더라.
엄마는 메밀 꽃 잔뜩 피어있는 메밀밭을 한 번 보고싶었다네. 뜻밖의 수확.
언덕 길을 따라 한 바퀴 쭉 돌면 안쪽에 해바라기 밭이 있었는데 거긴 카트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고... 해바라기는 어째 전부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있어서...
매번 느낀거지만 몇 군데 들른 곳은 없는데 빨빨거리며 많이 걸어다녔다. 이제는 정말로 돌아가야 할 시간.
돌아가는 길에 또 한 번 휴게소에 들렀는데, 아까 아오이이케에서 마주쳤을 버스를 다시 마주쳤다. 아까 거기서 들었던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리더라구. 삿포로까지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계속 같이 달리다 삿포로 시내에서 북쪽으로 빠지더라구
삿포로에 돌아와서는 이제 저녁을 먹어야지. 하... 엄마는 또 어려운 주문을 한다. 간단한거 먹자고.
그 간단한게 뭔데.... 하며 이것저것 검색하며 밖으로 나갔는데 메뉴도 식당도 마땅치 않았고... 주변에 뭐가 있나 하다가... 게를 먹게 되었다?
간단하게 먹자면서요.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했다만 검색해보니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들어가봤다. 잠시 대기하며 놓여있는 메뉴판을 보며 어떤걸 먹어볼지 고민하다 게 가이세키 요리 중 하나를 먹기로 했다. 안에 들어가서 테이블별로 설치된 키오스크를 보니 단품요리도 있긴 했네.
생각 외로 저녁을 너무 잘 먹어버렸고..
호텔로 돌아와 어제 사둔 맥주 한 캔 마저 꺾고 잠들었다.
내일은 덜 빡셀 거라고 일단은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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