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보니 엄마와 둘이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7월 말 정도로 날짜를 잡고, 타이베이-오키나와-삿포로로 여정을 잡았을 때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다.
태풍이 찾아올 수 있는 계절이니 언제든 일정이 빠그러 질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출발 수 일 전 필리핀 해에서 태풍이 하나 생겨 올라오기 시작했다. 태풍 개미.
첫 일정은 24일 낮 서울에서 타이베이로 가는 비행.
과연 비행기는 무사히 뜨고 내릴 수 있을 것인가.
며칠동안 계속해서 핸드폰 붙들고 한국/일본/대만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태풍의 예상경로와 영향 범위 등등을 살펴보았다.
계속 쳐다본다고 달라질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서도. 혹시나 타이베이행이 결항되면 어떻게 하나. 오키나와로 바로 가야하나? 그럼 타이베이에서 오키나와로 가는 비행은 취소수수료는 어떻게 되는거지? 하는 걱정과 대체 시나리오를 세워보면서 출발하는 날을 맞이했다.
1일차. 7월 24일.
먼저 머릿속으로는 공항 - 체크인 - 단수이 - 시간이 된다면 타이베이101
저녁이나 대기시간 등등을 생각했을 때 전망대 가는 시간이 어렵겠다고 머릿속에서는 생각해두긴 했으나.
실제로는 공항 - 체크인 - 문 닫힌 디화제 - 영업 안 하는 타이베이101 - 숙소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역시나 지연, 결항, 회항 가능성이 있단다. 어쨌거나 체크인. 왕복 티켓을 끊은 것이 아니라 셀프 체크인은 할 수 없었고 카운터에서 다음 항공권이 예약되어 있는 것을 확인받고서 항공권을 발급받고 수하물을 부칠 수 있었다. 우리 앞에서 줄을 서고, 옆에서 체크인 한 그룹은 가오슝으로 갔다가 타이베이로 나오는 여정으로 항공편을 예약했다고 한다.....
일단 별 문제 없이 비행기는 떴고..... 다행히 쑹산 공항에 스무스하게 잘 착륙했다.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두 시간 밖에 안 걸렸다. 공항에서 나왔을 때 날씨는, 비도 좀 오고 바람도 좀 불었지만 딱히 태풍이 온다는 생각은 안 드는 수준.
읽을 수 있는 한자다보니 쑹산 공항은 자꾸 송산 공항으로 얘기하게 된달까...
후다닥 짐을 챙겨 후다닥 택시를 잡아 호텔로 이동. 한 시 반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 시간까지 한 시간 반쯤 남아 일단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점심을 먹고 오려했다.
그러나 이미 타이베이는 임시공휴일이 선언된 상태. 열려있는 가게라고는 편의점 정도밖에 없었다...
비는 오락가락하며 쏟아졌다 잠잠했다를 반복했고, 그 와중에 바람은 꽤 불고...
대만 우산이 튼튼하다길래 애초에 하나 살 생각을 하고 오긴 했는데, 비도 한 번씩 오고 하니 바로 가까이 있는 편의점에서 우산을 하나 샀다. 그리고 이 우산은 여행 내내 잘 쓰고 집까지 가져왔다. 바람에 몇 번 뒤집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살이 나가거나 하는 것 없이 쌩쌩하게 살아있다.
겨우겨우 열려있던 가게에 가서 간단히 볶음밥과 무한열건면을 먹고 체크인했다. 험한 앞날이 예상됩니다.
일단 적당히 밥은 먹었고, 체크인도 했고. 방금 경험한 날씨는 태풍이라기엔 조용했고, 이런 정도로 임시공휴일?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재난 대비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하는게 맞지만) 상점은 좀 닫혀있더라도 여기저기 다니며 둘러볼 수 있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직 세 시 밖에 안 됐고 계속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기는 아쉬우니 타이베이101로 한 번 가보기나 하자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하철을 타고 타이베이101로 향했고, 역 출구에서 본 것은...
쏟아지네. 바람도 엄청 부네. 아... 본격적으로 태풍이구나. 얕봐서 죄송합니다.
타이베이101이야 닫혀있을 것으로 예상해서 근처에 밥 먹을 곳을 좀 알아봐놓고 가긴 했는데, 이건 뭐 거기까지 나갈 수 있는 비가 아니었다.
겉모습만 아래에서 좀 올려다보고 말았지. 근처에 시청 쪽 공원이 올려다보며 사진찍기 좋다고 해서 가볼까 했었지만 그것 역시 포기. 비에 절은채로 숙소 쪽으로 돌아왔다.
이 빗속을 뚫고 열려있는 식당을 찾을 기력도 없어서 숙소 옆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서 먹었다. 에휴. 그래도 엄마 잘 먹일 생각을 하며 출발했는데 첫 날부터 이게 뭐람.
캄캄한 앞날을 예상하며 일단 첫 날을 마무리했다.
라고 생각할 때쯤 내일도 임시공휴일이 되었고 그래서 예약해두었던 예스진지 버스투어도 취소되었다고 알람이 왔다. 날짜를 변경하는 옵션도 안내가 왔지만 우리는 더 이상의 날짜가 없으므로 패스. 따로 답장을 하지 않았더니 열 한 시가 넘어서 어떻게 할 지 물어보는 연락이 왔다. 늦은 시간까지 고생이네.. 하며 날짜 변경은 못 하고, 환불해달라고 답장.
2일차. 7월 25일.
계획은 예스진지 버스투어
실제로는 단수이 - 타이베이101 - 시먼딩
둘째날 아침 버스 투어는 없어졌고 오늘은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며 TV를 틀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뉴스를 보니 타이베이는 그나마 덜한 쪽이고 가오슝이나 타이난쪽은 정말 엄청나게 쏟아졌나보다. 네? 1800mm요...?
그래도 타이베이는 이제 좀 괜찮아진건지 타이베이101 공식 홈페이지에도 14시부터 오픈한다고 공지가 올라와있어(평소에는 10시인듯) 오후에는 거기에 가보기로 했다. 그럼 오전에는 뭐할까 싶어서 단수이쪽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2
가는 길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하철에 단수이까지 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내렸을 때 바람이 강해서 험난한 여정을 경고했을 뿐.
애초 계획은 위런마토우까지 갔다가 홍마오청으로 해서 내려오는 것이었으나.... 다 닫았어 그런거 없어.
홍마오청부터 시작하여 역까지 걸어 내려오며 엄마에게 여기에 뭐가 있고 저기엔 뭐가 있으며 만약 열려있다면 어쩌구저쩌구 설명하며 내려오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단수이역까지 걸어 내려오니 이제는 아까 내렸을 때에 비하면 확실히 비도 바람도 잦아들었다. 사람들도 좀 더 많이 오는 것 같고 이러면 억울하지만 어쩌겠어...
다시 단수이신이선을 타고 반대쪽 끝까지 달려 타이베이101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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